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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여림 식물원 전설

multiki 2010. 12. 12. 23:43

 

찔레낭자와 철쭉도령

옛날, 고려시대의 일입니다. 여주 흙석이골(흙세계골)의 양지쪽 해림뜸에는 철쭉이라는 소년이 살았고, 음지쪽 여림뜸에는 찔레라는 소녀가 살았습니다. 철쭉과 찔레는 마을의 터줏대감인 밤노인의 제자가 되어 글공부와 예절교육을 받으며 오순도순 지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정이 들어, 장래를 약속한 사이가 되었답니다.

이 무렵 나라에서는 ‘공녀’라 하여 해마다 어린 소녀들을 뽑아 몽고에 보냈는데, 불행하게도 찔레가 공녀로 뽑히고 말았습니다. 찔레는 죽어도 몽고에는 가지 않겠다고 울며불며 버텨 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철쭉아, 십년 안에 내가 꼭 돌아올 테니 기다려 줘!”

찔레는 이런 약속을 남기고 몽고로 끌려가 어느 몽고 관리의 수양딸이 되었습니다. 몽고 관리부부는 찔레를 친딸처럼 귀여워했고, 찔레도 수양부모에게 정을 붙이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찔레는 고향의 부모 형제와 사랑하는 철쭉이 그리워 매일같이 남몰래 눈물지었지요.

어언 10년의 세월이 지나, 찔레는 스무 살 아름다운 처녀로 자랐습니다.
‘아아, 어느새 철쭉도령과 약속했던 십년 세월이 지났네!’ 찔레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신세를 안타까워하다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찔레를 가엾게 여긴 수양부모는 “한 달의 말미를 줄 테니 네 친부모와 형제들을 만나보고 돌아오너라.”하며 노새 한 마리와 노잣돈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한편 공녀로 끌려간 찔레가 10년이 지나도록 소식 한 장 없자, 철쭉은 그만 병이 들고 말았습니다. 철쭉의 병이 점점 깊어지자, 밤노인은 철쭉의 친구인 두견이를 몽고로 보내어 찔레의 소식을 알아오도록 하였습니다.

두견이가 몽고에 가서 수소문해 보니, 찔레가 어느 못된 몽고인에게 정절을 더럽히고 혀를 깨물어 자살해 버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두견이는 이 소문을 철쭉에게 그대로 전했습니다.

“아아, 내 사랑하는 찔레낭자가 오랑캐에게 정절을 더럽히도록 놔둔 내가 죄인이로다!”
철쭉은 피를 토하며 통곡하다가 그만 숨을 거두더니 한 무더기의 붉은 꽃으로 변했습니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한 두견이도 몸부림치며 울다가 한 마리의 작은 새로 변해 섧게 울었습니다.

“뻑국, 뻑국, 뻑뻐국, 뻑국……”
이 때 마침 찔레가 고향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실개천을 건너던 찔레는 두견새의 슬픈 울음소리를 듣고 모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아, 철쭉 도령님. 내 몸과 마음은 순결하고 또 순결하답니다!”
찔레는 너무 안타깝고 슬퍼서 가슴을 치며 통곡했습니다. 그러자 그녀의 몸에서는 그리움이 가시가 되어 마디마디 돋아나고, 순결한 마음이 하얀 꽃송이가 되어 초롱초롱 피어났습니다.

지금도 철쭉꽃이 붉게 피면 두견새가 슬피 울고, 그 새소리가 골짜기에 퍼지면 하얀찔레꽃이 그리움처럼 피어나고 있지요. 그리고 찔레 열매는 일편단심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빨갛게 여문답니다.


캐릭터 설명

 - 찔레낭자 : 메인캐릭터
열 살의 예쁘고 청순한 소녀.
밤노인이 가장 아끼는 제자로 흙석이골 숲속(해여림 식물원)글방의 모범생.
빨간모자를 쓴 깜찍한 모습에 요술방울을 들고 있음.
첫새벽에 일어나 두견새를 타고 숲속을 휘젓고 다니며 식물들을 깨우고, 이웃 에게 도움될 일을 찾아내서 봉사함

 - 철쭉도령 : 열 살의 주근깨 얼굴 소년
흙석이골 글방의 말썽꾸러기. 밤노인에게 꿀밤 맞기 대장임.
늦잠꾸러기로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데, 마당은 쓸지 않고 잠자리나 매미를 잡는 일에 열중하지만 절대로 죽이지는 않는 착한 성품임.

 - 밤노인: 흙석이골 글방의 훈장이면서 숲속 마을의 존경받는 터줏대감으로, 마을의 모든 일을 공평무사하게 주사함. 찔레와 철쭉을 매우 귀여워사지만 편애하여 다른 아이들의 원망을 사는 일은 없음.
건강하고 기억력이 좋으며, 여러가지 도술도 부릴줄 알지만 좀처럼 써먹거나 자랑하지 않음.

 - 두견이 : 흙석이골 숲속의 집배원 세상의 모든 소식을 전해 주는데 매우 믿을만함.
찔레낭자를 좋아하여 곧잘 등에 태워주지만 친구인 철쭉에 대한 의리 때문에 짝사랑하고만 있음. 그래서 구슬픈 노래를 잘 부름.
다른 새의 둥지에 슬쩍 알을 낳는 암컷 두견새들 때문에 얌체 게으름뱅이로 오해 받기도 하지만, 딱따구리와 함께 숲속의 해충을 잡아내는 훌륭한 일꾼으로 칭찬도 받음.